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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언어학] 어휘 교육 - 다의어

by 꽃디 2022. 7. 27.

어떤 단어가 기본적 의미, 곧 중심적 의미와 그에서 파생된 주변적 의미, 곧 확장적 의미를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을 다의어(polysemant)라고 한다. 한 언어에서 다의어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한정된 수효의 음소를 갖고 있는 한 언어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음절의 개수가 한정되어 있고 한 단어가 가질 수 있는 음절 수에도 현실적으로 제한이 있는 반면, 다양한 상황에서 표현하고 싶은 의미는 그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다의어의 예로 흔히 제시되는 것은 '손을 만지다, 손이 모자라다, 손을 보다, 손이 크다, 손을 떼다' 이다. '손'은 인체의 일부분으로서 손으로서 중심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손'은 중심 의미뿐 아니라 거기에서 연상적으로 파생된 확장 의미를 갖고 있다. '먹다'와 같은 용언의 경우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인 매우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뜻이 많은 경우에는 대개 그 의미들 역시 어떤 의미 혹은 용법의 그룹으로 나뉘게 마련이다. '먹다'가 쓰이는 문장의 문형에서 구별되는 것이고 다음은 보조동사로 쓰이는 것이다. 음식 따위를 입을 통해 배 속에 들여보내다 담배나 아편 따위를 피우다. 연기나 가스 따위를 들이마시다. 어떤 마음이나 감정을 품다. 일정한 나이에 이르거나 나이를 더하다. 욕, 핀잔 따위를 듣거나 당하다. (속되게) 뇌물을 받아 가지다. 수익이나 이문을 차지하여 가지다. 물이나 습기 따위를 빨아들이다. 어떤 등급을 차지하거나 점수를 따다. 구기 경기에서, 점수를 잃다. (속되게) 여자의 정조를 유린하다. 매 따위를 맞는다. 남의 재물을 다루거나 맡은 사람이 그 재물을 부당하게 자기의 것으로 만들다. 날이 있는 도구가 소재를 깎거나 자르거나 갈거나 하는 작용을 하다. 바르는 물질이 배어들거나 고루 퍼지다. 벌레, 균 따위가 파 들어가거나 퍼지다. 돈이나 물자 따위가 들거나 쓰이다. 다의어를 설립시키는 조건은 무엇일까? 이 물은은 다의어와 동음이의어를 구별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가령, 배는 한 단어가 여러 뜻을 갖는 다의어로 보지 않고 우연히 말소리만 같은 동음이의어로 보는 것이다. 다의어로 보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중 적어도 하나의 조건은 충족되어야 한다. 기준은 어떤 단어가 다의어이기 위해서는 그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들 사이에 유사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위의 세 '배'는 동음이의어임을 알 수 있다. '다리' 역시 의미적 유사성이 전혀 없으므로 동음이의어이다. 그러나 신체의 일부로서의 '다리'와 물체를 아래 부분인 '다리'는 후자가 전자에서 연상된 확장 의미를 갖고 있다. 기준은 어떤 단어가 다의어이기 위해서는 그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들이 동일한 어원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원적으로 같았던 단어이면 현재 의미가 멀더라도 한 단어의 다의 관계로 보고, 어원적으로 달랐던 단어는 동음이의 관계로 해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밥을 먹다'의 '먹다'와 '귀가/코가 먹다'의 '먹다'는 다의어가 아니라 동음이의어로 보는데, 이는 후자의 '먹다'가 전자의 '먹다'와 동일 어원을 갖는 것이 아니라 '(길을) 막다'와 동일 어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는 어휘사 지식을 거의 적용하지 않으므로 이 기준은 별로 유용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다의어의 유형> 다의어가 필연적으로 생성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를 한 언어에서 사용되는 음운과 음절 개수가 한정되어 있고 한 단어가 가질 수 있는 음절 수에는 현실적으로 제한이 있는 반면, 표현하고 싶은 의미는 그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다의어 생성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략 다섯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윤평현, 2008) 첫째, '적용의 전이'이다. 모든 단어는 수많은 문맥 속에서 쓰이게 되는데, 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가 형성된다. 그 대부분은 일시적인 것으로 쓰인 후 소멸하지만, 기본적 의미와 사이가 어느 정도 이상 벌어진 것이 안정적인 빈도로 사용될 때에는 새로운 의미로 남게 된다. 예컨대, '밝다'라는 형용사는 빛, 색, 표정, 분위기, 눈과 귀, 사리와 같은 개념과 어울리는 것은 매우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 그럼으로써 새로운 의미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은 대부분 '구체적인 것 - 추상적인것'의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둘째, '사회 환경의 특수화'이다. 사회는 각각의 전문적 영역이 있다. 이는 현대로 올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특수한 분야에서 특수한 개념을 표현할 때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존 표현을 줄여 표현하거나 기존 단어를 해당 영역에서 필요한 특수한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으로써 다의어가 생성되는 것이다. 셋째, '비유적 표현'이다. 일상어에서는 직유/은유이든 환유이든 수없이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중 언중들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얻어 잦은 빈도로 쓰이게 된 것이 새로운 의미로 생성되는 것이다. 가령 '내  마음은 호수'라는 은유를 어떤 시인이 사용하였다고 해도 '호수'가 '마음'이라는 새 의미를 갖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한 비유는 특별한 문학적 표현으로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 비유의 수준이 너무 높아 대부분의 언중들이 즐겨 쓰기는 어려운 것이다. 예를 들어, 느릿느릿한 '곰'이 '생각이나 행동이 굼뜬 사람'을 의미하게 된 직유/은유나 '가슴'안에 있다고 생각되는 '마음'이 '가슴'의 새로운 의미로 사용된 환ㅇ유는 언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 매우 자주 사용되었기 때문에 다의어를 생성할 수 있었다. 넷째, '동음이의어의 재해석'이다. 이는 매우 특수한 경우로서 원래는 동음이의어였던 별개의 두 단어에 대해 언중들이 의미적 유사성을 새롭게 부여함으로써 다의어로 재생성된 것이다. 이는 어휘에 대한 민중들의 속된 믿음인 민간 어원에 의한 다의어 생성으로서 매우 특수한 경우이므로 한국어 교사가 꼭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섯째, '외국어의 영향'이다. 한 문화권이 다른 문화권과 교류를 하거나 다른 문화권의 영향을 받을 때, 새로운 어휘를 수입하거나 기존 어휘의 새로운 뜻을 수입하는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 다의어가 생성된다. '춘추'가 '봄가을'의 뜻에서 '나이'의 높임말의 뜻으로 쓰인 것은 중국어의 영향이고, '인간'이 '속세'의 뜻에서 '사람'의 뜻으로 쓰인 것은 일본어의 영향이다. '외국어의 영향' 요인도 지극히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에 한국어 교사가 꼭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미는 거의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단어가 두 가지 이상의 품사로 쓰이는 경우, 곧 품사 통용 어휘로 다의어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상한 음식을 잘못 먹었다."와 "철수는 자기의 잘못을 알고 있다. "에서 보듯이 '잘못'은 부사로뿐만 아니라 명사로도 쓰인다. '어제, 오늘, 내일, 모레'역시 명사로도 쓰일 수 있고 부사로도 쓰일 수 있다. 접미사 '-적'이 붙어 이루어진 파생어는 대부분 관형사, 명사로 쓰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미론에서는 어휘적 의미만 다루므로 품사 통용 어휘를 다의어로는 다루지 않으나 실제 한국어 사전에서는 다의어로 뜻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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