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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언어학] 어휘 교육 - 동음이의어

by 꽃디 2022. 7. 27.

동일한 형식이 별개의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들을 동음이의어(homonym)라고 하고, 줄여서 동음어라고도 한다. 여기서 형식은 음성 형식을 가리킨다. 즉, 한 가지 소리로 표현된 말이 서로 별개의 여러 의미를 표현할 때 동음이의어라고 부르는 것이다. 동음이의어가 되려면 소리가 정확히 똑같아야 한다. 음소뿐 아니라 운소까지 동일해야 동음이의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운소로 뜻이 달라지는 경우, 예를 들면 단음 '말'과 장음 '말'은 엄밀히 말하면 동음이의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 한국어에서 장단음 구별은 거의 규범으로만 남아 있어 한국어 교육에서는 크게 유용하지 않다. 따라서 여기서 운소는 고려하지 않고 동음이의어를 제시한다. 한글은 기본적으로 표음 문자이기 때문에 같은 소리로 발음되는 단어들을 같은 맞춤법으로 표기하게 된다. 이러한 동음이의어는 동철자 동음이의어라고 할 수 있다. 소리도 같고 표기도 같기 때문에 한국어 사전에서는 일반적으로 위첨자 1, 2, 3 등을 사용하여 동음이의어를 구별하곤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기로 한다. 고유어끼리의 동음이의어, 한자어끼리의 동음이의어, 고유어와 한자어의 동음이의어를 보인 것이다. (배, 밤, 말, 발, 풀, 눈, 쓰다, 차다, 창, 운명, 부정, 조화, 신장, 사고, 공, 철, 시내, 사과) 음이 같은 단어이지만 뜻이 다르기 때문에 한글 맞춤법에서 구별하도록 규정된 동음이의어들이 있다. 이를 이철자 동음이의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행 한글 맞춤법은 음소적 원리를 기본으로 하여 형태적 원리를 적절하게 적용하고 있는데, 이철자의 동음이의어 중 한쪽은 음소적 원리를 적용한 것이고 다른 한쪽은 형태적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한글 맞춤법 제57항에서 제시하고 있는 동음이의어를 보기로 한다. 처음 것은 음소적 원리를 적용한 것이고 뒤의 것들은 형태적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거름, 걸음, 거치다, 걷히다, 느리다, 늘이다, 다리다, 달이다, 다리다, 닫히다, 마치다, 맞히다, 바치다, 받히다, 받치다, 반드시, 반듯이, 부치다, 붙이다, 시키다, 식히다, 안치다, 앉히다, 이따가, 있다가) 동철자이든 이철자이든 위의 예들은 모두 동음이의어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동음이의어만이 동음이의 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특정 환경에서만 동음이의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즉, 특정 조건을 갖추었을 때에만 동음이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불규칙 활용 용언과 중화(neutralization)를 포함하는 받침 자음의 음운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규칙 동사 '묻다', '걷다'와 불규칙 동사 '묻다', '걷다'는 기본형에서 혹은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동음이의 현상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낫-낮-낯/ 낫도-낮도-낯다/ 낫을-낮을-낯을/ 입-잎/ 빗-빛/ 잇다-있다/ 깁다-깊다) 음절 말의 여러 자음들이 자음 앞으로 휴지 앞에서 같은 소리가 나는 중화 현상을 보인 것이다. 문제의 단어들은 동음이의어가 된다. 그러나 해당 단어들이 동음이의어가 아니다. 즉, 중화의 대상이 되는 단어들은 기본형이 다른 소리인데 자음이나 휴지 앞에서 동음이의어 현상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명사와 용언의 예를 몇 가지 더 든 것이다. 중화가 받침 자음의 음운 현상의 대표적 예이기는 하지만, 동음이의 현상은 중화에만 국한되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음절말 자음군 단순화나 자음동화가 일어날 때에도 동음이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흑-흙, 갑-값, 목-몫, 흑도-흙도, 갑도-값도, 목도-몫도, 흑이-흙기, 갑이-값이, 목이-몫이, 만나다-맛나다) 음절 말의 자음이 자음이나 휴지 앞에서 같은 소리가 남을 보인 예이다. 한국어에서는 자음 앞에서 휴지 앞에서 발음되는 자음이 오직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동음이의 현상이 모음 앞에서 풀려 버림을 알 수 있다.<동음이의 관계 발생의 주변 원인> 그 밖에도 단어 단위 이상으로 시야를 넓혀 본다면 또 다른 동음이의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그것은 물이다. / 그것은 무리다./ 강원도산 나물/ 강원도 산나물) '물'과 서술격 조사 '이다'가 결합한 말이 '무리'와 '이다'가 결합한 말이 소리가 동일하기 때문에 동음이의 현상이 발생하였고, 운소의 하나인 연접된 곳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음소로는 동일하여 동음이의 현상처럼 보인다. 표준 발음법에 따르면, 동음이의어가 아닌 것이 일상 언어에서는 동음이의어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개-게, 재물-제물, 눈에 띄다-색깔이 띠다'와 같은 예들은 일상 언어에서 각각 개, 재물, 때다로 발음되는 동음이의어라고 할 수 있다. 동음이의어는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적어도 어휘의 의미를 교육할 때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단어의 의미를 교육할 때, 교사는 그 어휘의 중심적 의미, 유의어, 반의어, 확장적 의미 등을 교육하는 것이지 그것과 똑같은 소리가 나는 어휘를 교육해 봐야 해당 단어의 의미를 학습시키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음성언어를 고려하지 못한 착각이다. 음성언어를 이해하는 것, 즉 듣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동음이의어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중요하다. 물론 음성언어에서도 문맥을 통해 동음이의어 중 어느 단어가 사용되었는지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동음이의어에 대한 지식이 그러한 이해의 속도를 빠르게 해 줌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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